고등학교때의 일이다. 여느때와 다름 없이 우리 패거리들은 한적한 등나무 벤치에서 학교가 끝나고 담배를 한대씩 피고 있었다. 앞으로는 안양천이 흐르고 뒤로는 아파트 숲에 있는 우리학교는 배산임수 지형으로, 어쩌구 저쩌구. ( 상관없는 얘기 집어치우고 ) 어쨌든 담배를 피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다 보니 곳곳에 펼쳐져 있는 등나무 벤치들은 우리의 안식처였다.
지금이라면 엘프의 귀를 가졌다고 웃음거리가 됐을 하지만 당시에는 엘프 개념이 없었으므로 당나귀귀를 가진 박모군, 그리고 일본인과 똑같이 생긴 조셍, 한참 뜨고 있던 가수 유승준과 이름이 같은 -_-; 어쩔수없이 본명노출. 똥파리,거북이,기타 등등(미안하다 얘들아) 우리 패거리는 모여서 담배를 한대씩 피며 이제부터 어떤 night life를 즐길건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 정말 귀가 엄청 크다. -
야! 오늘은 뭐하면서 놀꺼야 빨리 생각좀해봐봐
기껏해야 당구장 아니면 술이었지만 나름대로 진지했다. 한참을 이런저런 얘기하며 순수하고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년들은 낙엽만 굴러가도 웃음이 떼구루루 나오는 질풍노도의 시기답게 시답지 않은 얘기들로 좋다고 웃고 떠들면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아저씨가 다가오는 것이다.
' 아 씨발 이거 또 교복입고 담배핀다고 한소리 듣겠구만 ' 이러고 있는데, 갑자기 아저씨는 말을 하길
" 학생들, 잠깐 얘기좀 할까, 다른게 아니라 나는 KBS 방송국 기잔데 취재 좀 해야되는데 어때? 괜찮겠어? "
" 무슨 취잰데요? "
" 아 그게 청소년 흡연실태에 대해서 인터뷰하나 따야되거든, 그니까 너희들 담배피는 모습하고 한명만 인터뷰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
" 아 장난해요 그걸 어떻게 해요. 아 참 진짜. "
" 학생들 뉴스봤지? 모자이크 처리 해주는 거 봤지? 희뿌옇게 처리도 해주고 말이야 그니까 괜찮아 "
" 아 아저씨 누굴 바보라 아나 그거 모르는 사람이나 몰라보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보잖아요 "
" 아니 목소리 변조도 해주고, 우리가 확실히 모자이크 처리 제대로 해줄게 "
" 못해요 못해 " 우리는 다들 절레절레 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 PD아저씨는 특단의 조치.. 그 누구도 피해갈수 없다는!!!!
현질을 하기 시작하셨다.

돈?!!!!!
" 그래 내가 인터뷰 하는 사람한테는 돈 줄께. 많이는 못주더라도 학생 용돈 하라고 좀 줄 수 있지 "
" 얼마주는데요? "
" 한 1만원이면 될려나? "
" 하하 아저씨 아 요즘 누가 1만원에 "
" 3만원?! "
" 제가 할께요 " 라며 박모군이 다른 애들이 가로채기전에 껀수를 낚아챘다.
그리고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고 아저씨는 카메라맨하고 오더니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우리 담배피는 모습따야된다며 이건 말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뿌옇게 잘 처리 해줄테니 한대만 펴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 우리도 돈줘요 돈. "" 학생들 진짜 급해서 그래 좀 도와줘 "
결국 순진하게도 공짜로 담배피는 장면을 찍게 해줬다. 그리고 이제 박모군이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뭐 대충 다들 알듯이 흔한 내용이었다. 당시 담배 자판기도 막 없앨때고, 담배 구입에 어려움이 많던 시기라 , 담배는 어떻게 구입하는지 ( 근데 아무대서나 다 판다고,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뭐 그런 내용이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우리와 박모군은 " 진짜 모자이크제대로 해주세요, 음성변조 꼭 해주시고요 " 신신당부를 하고 당구를 치러 갔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나서 다음날 학교를 왔는데,
한 녀석이 물어보는 것이었다. " 야 혹시 박모군 방송국촬영했어? "
" 야 니가 그거 어떻게 알어? , 씨발 뉴스도 방송이라고 그걸 또 자랑을 했어? 박모군이? "
" 아니 "
" 풉.. " 씨발 뭔가 좆됐다는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박모군이 첫빠따로 학생부에서 오라는 명을 받고 끌려갔다. 떠나는 박모군에게 우리는 모두 애원했다.
그리고 학생부로 끌려간 박모군은..

줄빠따.....
우리는 어떻게 됐냐고 당장에 물어보자. 그래도 박모군 혼자서 끝까지 의리를 지키느라 혼자 담배피다가 인터뷰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것보다도 우리는 더 궁금한건 도대체 어떻게 알았냐는 것이다. 사건인 즉슨. 방송국PD 약속대로 모자이크 처리도 하고 , 음성변조도 해줬다. 근데 -_-;;;;;

당나귀귀를 가진 박모군이라고 가정하자
엘프의 귀를 가진 당나귀 귀를 가진
박모군의 귀가 모자이크 처리 한 바깥으로 삐져나왔다는 거다. 아 씨바 이런 개 코메디 같은 상황이, 진짜 박모군 같은 귀는 아마 우리나라에 아니 지구상에 박모군 하나뿐일 것이다. 그 귀가 튀어나왔으니 못알아볼리가 있나 게다가 뽀나스로 S고등학교도 한목했다는 것이다.
- 아 기자 아저씨 개... 부분모자이크 해주면 어떻게 해요!!!!!!! -
아 니미.. 그래도 다행이도 같이 있던 우리는 학생부로 안끌려가서 천만 다행이었지만, 정말 이때 이사건은 고교 졸업한지 한참이 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함부로 인터뷰 하지 말지어다! 이 사건의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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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흠 매일 여행 이야기만 보다 이런 포스트를 보니 참.. 신선하달까요a
..아무튼 교훈 하나 배워갑니다-_-ㅋ 인터뷰라건 신중하게 해야 하는것이로군요
인터뷰 회피 mode. 조심 또 조심해야죠. 방송이란게 한번 잘못타면 인생 쫑입니다.
하하..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제 아시는 분은 담배에 관한 인터뷰한다고 했는데.. 뉴스에 나온걸 보니, 대한민국 골초 흡연자 대표인듯한 이미지로 뉴스에 나와서 어찌나 웃었던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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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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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정철상의 커리어노트"
2008/03/1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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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거의 뉴스를 안 보고 살아가는 야만인중에 하나가 바로 나다. 한 때 뉴스로 밥먹고 산 적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뉴스에 대한 환멸감이 느껴져 뉴스를 등지고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 블로그 운영을 하다보니 TV뉴스를 어찌할 수 없이 지켜 보게 된다. 우리나라 TV뉴스의 문제 그런데 최근 뉴스를 쳐보다보니 심히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솔직히 무섭기까지 하다. 아이 살해, 일가족 살해, 파행 정치 등 잔혹하고 공포스러운 뉴스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