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까무잡잡한 외모를 가진 친구가 두명있었는데
별명이 한명은 말리(말레이시아 줄임), 다른 한명은 필리(필리핀)였다. 왜 하필 말리,필리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둘의 외모는 확실히 모두가 인정하기에 우리가 흔히 머리속에 떠오르는 동남아시아인들의 얼굴이었다. 내 평생 말레이시아를 가볼일이 있을까 생각했던 그 시절이 언제냐는듯, 난 말레이시아를 갔다왔다.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나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했던 고교시절 그 친구들을 보며 생각한 말레이시아와는 또 다른 게다가 다른 동남아시아국가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나라였다.
중국어 간판의 화교들, 인도여행다니며 봤을법한 사리를 입은 인도여인네들, 터번을 둘러썬 인도시크교도들, 그리고 캄보디아의 크메르인종, 태국,라오스,베트남 계열의 동남아인들. 수 많은 인종들이 거리에 섞여서 녹아들어있었다. 거리의 모습조차도 이슬람사원과 중국 사원의 묘한 조화. 미국을 봐도, 이 말레이시아를 봐도 인종갈등,민족갈등이란 것은 분명 존재한다. 사람이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사회라는 것 자체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지 문제없이 돌아가는 법.
단일민족인 한국인으로서 이런 나라를 보면 정말 어떻게 살아갈까 참 궁금해진다. 그들은 서로 미워할까? 그들은 서로를 어떻게 느낄까? 라고 쓸데없는 질문도 던져본다.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 게다가 분단이란 현실때문에 우리는 국경을 넘는일이 굉장히 어려운일처럼 느껴지지만 실상 그런 국경들은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다. 하늘에서 절대자가 그어놓은 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론 그래서 더욱 넘기 힘든것이 국경이긴 하지만, 우리에겐 국경이란 감히 범접할수 없는 선처럼 느껴지는것은 사실이다. 그 때문에 쉬엄쉬엄 별 까다로운 절차없이 넘어다니는 국경이 신기한 것 처럼.
어릴때부터 줄기차게 단일민족이라는 말에 세뇌를 받고(사실 말이되나 단일민족이라는게..) 그걸 자랑으로 여기는 교육을 받은 단일 민족인 한국인으로서 이런 다민족국가를 보면 쓸데 없는 걱정이 든다고나 할까, 단일민족인 우리나라마저도 이 좁은땅에서 서로 편가르기를 하고 싸우고 하는 판국에 다민족은 얼마나 심할까 하는 괜한 우려가 앞서지만 그래도 사람사는게 다 똑같다고 그들은 부조화속의 조화처럼 서로 어울려 잘 살아가는 것 같다.
오히려 우리처럼 단일민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아니 정확히 단일민족임을 교육 받는 것이 때론 사고의 자유를 막아놓은 듯한 생각이 든다. 충분히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어울려 살아갈수 있음에도 그 길을 막는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전세계 어느나라를 가도 뿌리를 내리고 상권을 장악하는 화교가 유일하게 기를 못피는 나라가 한국 아닌가. 단일민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많은 장점을 주기도한다. 민족적 자부심이 될 수도 있고, 이런 글로벌한 시대에 희소성을 가진, 또한 우린 뭉치면 뭉친다라는 조직적인 단결심도 보여줄수도 있다. 하지만 양날의 검처럼 때로는 이것들이 더 자유로운 사고를 사람과의 조화,어울림을 막는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와 다른 것은 틀린것이라 규정하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아왔다.
여행을 떠나기 바로 전,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어느날 학교에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는데, 배달을 온 사람이 흑인이었다. 솔직히 어떻게 깜짝 안놀랠수가 있겠는가, 동남아시아인이 아니라 확실히 흑인이었다. 마음 속에서 " 이젠 아프리카쪽에서도 노동하러 많이 오는구나 " 라고 생각했다. 근데 굉장히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정말 발음이 완벽했다. 너무 궁금해서 나는 물었다.
"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 그러자 그는
" 어느 나라사람인게 중요해요? 그냥 같은 사람이면 되죠 "
" 아..그건 그런데요, 너무 한국말을 잘하셔서요. 죄송해요 " 라고 답하자. 그는 웃으면 얘기했다.
" 저희 아버지가 미국사람이고, 어머니가 한국사람이에요 " 라고 말을 꺼내며 그와 나는 몇분간을 대화를 했다. 나의 쓰잘데기 없는 호기심의 질문에 그는
" 저는 이래서 한국이 싫어요, 그냥 사람이면 다 같은 사람이지 도대체 어느나라 사람인게 중요하나요? "
" 예 맞아요. "
" 미국은 안물어봐요 이런거. 그래서 전 미국이 좋아요 "
" 근데 왜 미국에서 안계시고 한국에서? "
" 저는 어머니가 더 좋아요, 그래서 한국에 살아요 " 라고 대답하는 그였다. 정말 나는 별 생각없이 그저 ' 외국인이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하네' 라고 생각없이 물어본 한마디가 그에겐 참 상처가 돼었나보다, 그의 말대로 배달을 갈 때마다 사람들이 똑같은 질문을 한다니 얼마나 짜증이 나고 화가 나겠는가 말이다.
단일민족으로서 똑같은 피부색,똑같은 사람들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로선 너무나 당연하게
나와 다른 피부색=다른나라사람이란 공식이 세뇌가 되어 아무생각없이 던지는 질문하나가 비수가 되어서 꽂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와 대화를 나누고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사과를 했다. 그렇게 짧은 대화를 나누고서 며칠후에 나는 보았다.
동네아이들과 물총싸움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작은 틀에 갇혀살아왔던가. 그가 나에게 알려준 것은 정말 내 가슴속 깊히 간직될것이다.
" 어느 나라사람인게 중요해요? 그냥 같은 사람이면 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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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ego + ing"
2008/08/30 22:32
D
멸종 위기에 놓인 것은 자이언트 수달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그 잘난 백인들도 멸종 위기에 처했다. 미국 경제의 하부를 차지하고 있는 이민자의 인구가 무섭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의 다산과 출산 장려 정책이 백인의 입지를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는 백인의 결벽증적 순혈주의도 중요한 역활을 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오바마를 흑인으로 규정하는 인식의 틀이다. 사실 오바마는 순수 흑인이 아니다. 실제, 미국의 흑인 중 순수한...
제목 : H와의 대화
단일민족으로 살아간다는 것 나이랜데이님 블로그로 트랙백. 화, 토 과외하는 중학교 2학년 내 후배 H양. - 우리 나라에 혼혈 비율이 늘어서 걱정이래요. - 누가 걱정한데? - 도덕 선생님이요. (..) 내가 미친다니까. 아저씨들. 으으으으으. - 너, 단일민족이라는거, 혹시 환상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more
몇년전에 반년좀 넘게 산적이 있는데 늘어지는 저의 시간속에서도 가장 여유롭게 지낸곳이죠.
귀국후에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다들 친근하게 느껴진답니다
이런 거 땜에 밤낮님 댁에 온다니깐요. ^^
언급하셨듯 남말할 처지가 안되죠 같은 민족끼리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튼 우리나라 사람들 결속력(?)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요-_-ㅋ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좀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갖는게 필요할거라 생각합니다만.. 수 세대 동안 물러내려온 이런 사고방식을 갑자기 바꾼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겠죠.. 언제나 그랬듯 먼 발치에서 그냥 내려다보며 살아가렵니다
말레이시아라..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걸요
소... / 감사합니다^^;;
방랑객 / 저도 기왕 간김에 좀 더 여행을 하고 왔어야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나라입니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무심결에 '어느 나라 사람인겨?'라고 생각했을 저에게
비수로 박히는군요.
말레이시아 여행기가 있는 2006 동남아 3국 여행기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여행일지/2006 동남아 3개국] - 인도네시아 060715 DEPARTURE